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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가 몰고 온 글로벌 비만 치료제 열풍…"비만, 임자 만났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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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만 치료제 시장도 확대일로다. 탁월한 체중 감소 효과를 인정받은 노보노디스크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마침내 국내에 출시되며 국내 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비만 위기 시대, 비만 치료제가 게임체인저 될까?
최근 몇 년 간 비만은 전 세계에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 명 이상으로 1990년 이후 2배 넘게 증가했다. 비만은 단순한 미용적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 질환, 당뇨병, 일부 암 등 다양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비만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비만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2년에는 39.4%에 달했다. 여성과 남성 모두에서 비만 유병률이 증가했지만, 특히 남성 비만 유병률의 급증이 두드러진다. 2013년 37.9%에서 2022년 49.6%로 급등한 것. 이로써 현재 남성 두 명 중 한 명은 비만인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비만 치료제는 이제 단순한 선택이 아닌 급성장하는 의약품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약물을 통한 비만 치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 실제로 비만 치료제 산업은 제약·바이오 업종의 다른 산업에 비해 5배 이상 빠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제약사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위고비 국내 상륙! 삭센다 신드롬 이어갈까?
사실 비만 치료제는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개발되어 왔다. 199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비만 치료제 제니칼을 시작으로 디에타민, 콘트라브, 삭센다, 큐시미아, 그리고 최근의 위고비까지 다양한 신약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한 계기는 다름 아닌 노보노디스크사의 '삭센다' 덕분이었다.

삭센다는 2014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후, 2018년 국내에 처음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단 4개월 만에 품절 사태가 벌어졌고, 이후 입고 때마다 빠르게 완판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19년부터 5년 연속 최대 규모를 갱신 중이다. 실제로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9년 1,341억 원으로 10년 만에 신기록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1,780억 원으로 또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삭센다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허가받은 세계 최초 비만 치료제다. glp-1은 음식 섭취 시 장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포도당 농도에 따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여 혈당을 감소시킨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glp-1은 활성 기간이 약 2분으로 짧고 쉽게 분해되어 치료적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으나, 추후 개발된 glp-1 수용체 작용제는 구조를 변화시켜 훨씬 긴 반감기를 가지게 되어 당뇨나 비만 치료에 사용되게 되었다.

당초 당뇨병 치료제(빅토자)로 개발된 glp-1 호르몬 작용제는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로 더 주목받고 있다. 뇌의 식욕 중추에 작용하여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위장운동을 저하시켜 음식 섭취를 줄이는 메커니즘이 주요 효과로 작용한다.

삭센다는 인체의 glp-1과 동일한 기전으로 작용해 식욕 억제와 체중 감소를 유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삭센다는 출시 직후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고, 작년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의 37.5%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드디어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되었다. 위고비 역시 glp-1 수용체 작용제로,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같은 성분을 사용하되 용량을 조절하여 비만 치료제로 개발된 제품이다. 위고비의 출시로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판도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현재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glp-1 작용제를 활용한 비만 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관련 시장의 가치는 급증하고 있다. 2030년까지 모건스탠리는 770억 달러(약 100조 원), 골드만삭스는 1,000억 달러(130조 원)로 전망했다.

국내 제약사도 뛰어든 비만 치료제 시장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 신약 개발 경쟁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기존의 주사제를 넘어선 제형 변경 등을 통해 비만 치료제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들도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비만 치료제를 경구용이나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으로 개발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비만 치료제는 기존 주사제와 달리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자가 주사 시의 번거로움과 통증을 줄여 복약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처럼 비만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효과 맹신하면 안돼…오남용 주의해야
glp-1 기반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 출시된 가운데 관련 학회들이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체중 감소 효과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만 치료보다는 미용적 목적으로 약물이 남용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위고비 등 glp-1 계열의 약제는 명확한 의학적 필요가 있을 때만 처방돼야 하고, 약물 오남용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단순 체중 감량을 위한 정상 체중군의 무분별한 약물 사용은 개인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비만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 약물의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젊은 청년층에서 미용적인 목적으로 비만과 대사질환이 없는 상황에서 쉽게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으로 인식하고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한 36세 여성은 의사의 처방 없이 지인에게서 위고비를 구입해 사용한 후, 갑작스러운 상복부 통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이 여성의 급성 췌장염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이닥 가정의학과 전문의 장아영 원장(삼성맑은의원)은 "(위고비의 부작용으로) 담석증 및 담낭염,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칼시토닌이라는 갑상선 수질암의 종양표지자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관련 병력이 있는 경우 처방에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경고했다. 위고비와 같은 비만 치료제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용량과 사용 방법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도움말 = 장아영 원장(삼성맑은의원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