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지면서 심해진 요통, 허리디스크일까?…"초기에 제대로 치료해야" [인터뷰]
현대인의 고질병 중 하나로 꼽히는 '허리디스크'. 장시간 앉은 채로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사용량은 늘어나고, 운동량은 줄어들면서 허리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과거에는 중장년층, 노년층에게 퇴행성 변화로 흔하게 나타났던 허리디스크는 이제 젊은 층에게도 낯선 이름이 아니다.
허리디스크 환자들은 극심한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등의 증상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받기도 하는데, 초기에 잘 관리하기만 해도 질환의 진행과 악화를 막을 수 있기에 조기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재활의학과 김원빈 교수(서울대학교병원)는 "허리디스크는 적극적인 관리와 재활치료를 통해 충분히 호전 가능한 질환"이라며 "초기 증상을 무시하지 말고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 건강한 허리를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원빈 교수에게 허리디스크의 특징과 치료 방법 등을 자세히 들어 봤다.
q. 허리디스크란 어떤 질환인지, 특징을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허리디스크는 척추 사이에 위치한 '추간판', 흔히 '디스크'라고 불리는 물렁뼈가 손상되거나 퇴행성 변화로 인해 탈출하면서 주변 신경을 압박하거나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디스크는 수핵이라는 젤리 같은 중심부와 이를 둘러싼 섬유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주로 요추 부위인 l4~l5, l5~s1에서 많이 발생하는 편입니다.
허리디스크가 생기면 극심한 허리 통증이 생기는 것은 많이들 알고 계십니다. 이 외에도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로 이어지는 신경 경로에 통증이 발생하는 방사통이 찾아오는 것이 허리디스크의 특징적인 증상입니다. 또한 신경 이상으로 인해 저리거나 감각이 무뎌지고, 따끔거리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죠. 발목이나 발가락의 힘이 약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 신경근 압박으로 인한 '마미증후군'이 발생해 배뇨·배변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q. 겨울철이 되면 허리디스크 환자들의 요통이 더 심해진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사실인가요?
어느 정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말입니다. 추운 날씨에는 근육과 인대가 긴장되고 혈액순환이 저하되면서 통증 민감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추운 환경에서 몸을 움츠린 자세를 유지하고, 평소보다 활동량이 감소하면서 허리 근육이 약화되고 경직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디스크 손상의 정도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아니며, 증상이 악화되는 것은 주로 자세 변화로 인한 디스크의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q. 요통을 유발하는 질환은 허리디스크만이 아니라고 하던데요. 허리디스크와 감별해야 할 다른 질환은 무엇이 있나요?
허리디스크가 요통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요통이 곧 허리디스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허리 주변 근육의 만성적인 통증을 유발하는 근막통 증후군,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척추관 협착증,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인 강직성 척추염, 골다공증에 의한 압박골절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신장결석이나 췌장염 같은 내장 질환도 허리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고, 암 전이나 척추 감염과 같은 심각한 질환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허리 통증이 있을 때 무조건 허리디스크만을 의심하지 말고, 병원에서 의료진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q. 허리디스크 진행 단계에 따른 특징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허리디스크는 크게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진행 단계별로 치료법도 다릅니다. 첫 번째는 초기에 해당하는 돌출 단계로, 섬유륜이 손상되지는 않은 채 수핵이 밀려나온 상태입니다. 이때는 척추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척추 위생을 지키는 자세 교육과 물리치료 및 약물치료 등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죠. 이후 중기에 접어들면 섬유륜이 손상되어 수핵 일부가 탈출하는 압출 단계로 진행되고요. 운동치료와 신경차단술 등 비침습적 주사치료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후기 단계에 접어들면 섬유륜이 완전히 찢어지며 수핵이 심하게 빠져나오는데요. 이를 탈출 단계라고 하며, 이 시기부터는 주사치료 외에도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수핵이 떨어져 나와 신경을 심하게 압박하는 분리 단계인데요. 이렇게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에서 다리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q.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시행하는 재활치료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재활치료는 허리디스크의 비수술적 치료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허리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척추 위생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고요. △온열치료, 전기치료 등을 포함하는 물리치료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근이완제 등을 활용한 약물치료 △만성통증으로 인한 스트레스 관리 등을 포괄하는 치료가 바로 재활치료입니다. 이러한 치료를 통해 허리 통증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허리와 신경의 기능을 회복하고, 궁극적으로는 재발을 막는 것이 재활치료의 목표입니다.
q. 허리디스크 치료 후, 척추 건강에 좋은 운동과 나쁜 운동을 알려 주세요.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와 수영입니다. 걷기는 손상된 디스크의 재생을 돕고 허리 근육을 강화하며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데에 좋고, 수영은 척추에 부담을 덜 주면서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꾸준히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다 보면 허리디스크 재발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죠.
반대로 디스크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는 고중량 웨이트 트레이닝, 갑작스럽게 큰 움직임을 요구하는 격렬한 구기 종목, 허리를 과도하게 젖히고 비틀어야 하는 골프 등은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구부리는 자세를 취해야 하는 운동은 절대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허리디스크가 재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통증이 호전되더라도 디스크와 주변 근육, 인대의 완전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시 손상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허리를 비튼다거나 구부정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등 나쁜 자세가 영향을 주기도 하고요. 퇴행성 변화로 인해 척추의 구조적 정성이 약화되면서 디스크 손상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재발을 막으려면 결국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앉을 때는 허리를 곧게 펴고 적절한 지지대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장시간 앉아 있었다면 주기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쭉 펴는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겠죠. 흡연은 디스크 퇴행을 촉진할 수 있는 만큼 금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수영이나 걷기처럼 허리를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는 운동을 최대한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허리디스크의 재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체중 감량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데요. 비만할 경우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적정 체중을 유지할 것을 권합니다.
도움말 = 김원빈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