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주는 지인 1명 늘면"... 생물학적 '노화' 9개월 가속
주변에 자신을 힘들게 하는 부정적인 사회적 관계가 많을수록 생물학적 노화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인간관계의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부정적 관계가 신체 전반의 노화 궤적에 미치는 만성적 영향을 분자 수준에서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구팀은 인디애나주의 대표 표본인 성인 2,345명을 대상으로 개별 사회적 네트워크와 후성유전학적 노화 지표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의 타액에서 추출한 dna 메틸화(환경적 요인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는 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화 속도(dunedinpace)와 누적된 생물학적 나이(grimage2)를 측정했다. 아울러 설문조사를 통해 응답자를 자주 귀찮게 하거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성가신 사람'이 주변에 몇 명이나 있는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 전체 응답자의 약 28.8%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 내에 최소 1명 이상의 성가신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부정적 관계가 1명 늘어날 때마다 생물학적 노화 속도는 약 1.5% 빨라졌으며,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약 9개월 더 늙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계 유형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졌는데, 부모나 자녀 등 가족 중 성가신 사람이 있을 때 노화 가속과 가장 강력한 연관성을 보인 반면, 배우자의 경우에는 유의미한 생물학적 영향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러한 부정적인 사회적 연결고리는 단순히 노화뿐만 아니라 우울증, 불안 등 정신 건강 악화와 체질량지수(bmi) 증가, 전신 염증 수치 상승 등 다중 질환의 위험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가족처럼 의무감이 강하고 벗어나기 힘든 구조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만성적 스트레스가 뇌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자극해 생리적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분석했다. 이는 질병 예방과 건강한 노년기를 위해 해로운 사회적 노출을 줄이는 개입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연구의 제1저자인 뉴욕대학교 사회학과 이병규 연구원은 "부정적인 사회적 관계는 인간의 생물학적 노화 과정과 여러 질병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만성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노화를 촉진하기 위해 유해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줄이고 다면적인 사회적 역경의 본질을 해결하기 위한 개입과 향후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negative social ties as emerging risk factors for accelerated aging, inflammation, and multimorbidity: 부정적 사회적 유대관계, 가속화된 노화·염증 및 다중 질환의 새로운 위험 요인)는 2026년 2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